루비오 美국무 "한국 의원 비자 문제, 수십 년 전 행위 관련…양국 협의로 해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 여당 국회의원들의 미국 비자 발급 지연·거부 논란에 대해 "수십 년 전의 행위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양국 간 협의로 풀어 가겠다고 밝혔다. 2일 동아일보와 국민일보 보도를 종합하면,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동아일보는 비자 논란의 경위와 국내 정치권의 공방에, 국민일보는 같은 회견에서 나온 북·미 대화 가능성과 강대국 정상외교 일정에 무게를 실었다.
루비오 장관은 한국 의원들의 비자 문제가 한미 관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질문을 받자 "특정 개인의 비자 문제가 하나 있었고, 아마 수십 년 전 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이 문제는 기자회견에서 다룰 일이 아니며 양국 간 협의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루비오 장관이 말한 '수십 년 전 행위'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의 전과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진 위원장은 군 복무 중 반미·친북 성향 주장을 퍼뜨린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1991년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진 위원장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여야 국방위원들과 하와이의 미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하려고 관용비자(A-2)를 신청했다가 지난달 28일 거부 통보를 받았다. 이후 미국 측 요청에 따라 과거 사건 판결문 등을 추가로 내 출국 하루 전인 31일 비자를 받았다. 진 위원장은 "뒤늦게나마 국방위원장의 공무 비자가 발급돼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일보는 진 위원장 외에도 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청래 의원이 국정감사 일정으로 미국 비자를 신청했으나 발급이 지연된 사례를 함께 짚었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번 일을 두고 한미 동맹의 균열과 양국 간 신뢰 붕괴가 드러났다고 공세를 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겨우 입국 승인을 받은 사상 초유의 외교적 망신이자 국가적 참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안보 외교를 정쟁 소재로 삼아 국방위원장의 공식 활동을 조롱하는 것은 "반국익적 자해"라고 맞받았다.
국민일보는 같은 회견에서 루비오 장관이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루비오 장관은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이 우려하는 문제를 놓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대화에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잡힌 일정이나 따로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 하면서도,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는 데에도 열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각 양자 회담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러시아가 발표하거나 확인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G20 논의에 참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이 '3국 북극·태평양 파트너십(TAPP)' 협력각서(MOC)에 서명하고 해양·경제 협력을 넓히기로 했다고도 전했다. 외교부는 북극이사회와 새로 만들기로 한 워킹그룹을 통해 협력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여기에 중국의 북극 활동과 일대일로 전략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3국은 지난 7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배치 관련 MOC를 맺고 인도·태평양 지역 등에서 SMR 배치에 속도를 내기로 한 바 있다.
두 보도를 함께 놓으면 한 장면이 두 갈래로 읽힌다. 동아일보는 루비오 장관의 짧은 답변을 진 위원장 개인의 전력과 국내 여야 공방으로 이어 붙였고, 국민일보는 비자 문제를 회견의 여러 의제 가운데 하나로 다루면서 북·미 대화, 미·중·러 정상외교, 한·미·일 협력이라는 큰 흐름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나란히 보면 국내에서는 동맹 균열 논쟁으로 번진 비자 문제를 미국 국무장관은 '특정 개인의 과거 행위'라는 개별 사안으로 한정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같은 자리에서 한·미·일 3국은 새 협력각서에 서명하며 협력 범위를 넓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