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항소심서 무죄…같은 재판부, 23일 오세훈 사건 선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의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이 뒤집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겨레와 뉴시스가 7일 이를 보도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날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명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가 정치적 조언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는 데 대한 사전 의뢰나 의사 합치도 없었다고 봤다.
뉴시스가 정리한 공소사실을 보면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명씨에게서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공표 36회, 비공표 22회)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김건희 특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이 중 실제로 전달된 14회만 유죄로 보고 지난 7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3600원을, 명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나머지 44회는 합의 범위에 들어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한겨레는 1심이 14회분 여론조사의 재산상 이익을 2792만여원으로 산정했다고 전했다. 특검은 1·2심에서 모두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4년, 명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1심과 2심이 갈린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한겨레에 따르면 1심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순차적·묵시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기로 협의했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이 명씨의 부탁을 받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점도 범행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에게서 받은 것이 여론 동향에 대한 조언, 김종인·이준석 등 유력 정치인 소개, 대선 과정에서의 조력 같은 '정치적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여론조사는 이런 조언의 근거 가운데 일부로 제시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명씨가 여론조사를 제공한 동기는 인정 욕구와 과시욕을 채우기 위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봤다. 여론조사를 명씨가 깊이 관여한 미래한국연구소가 자발적으로 실시했고 다른 정치인에게도 제공했다는 점을 들어 기부의 고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공소사실로 따로 기소된 김 여사는 1·2심에서 이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판결이 나오자 참여연대는 여론조사 제공이 정치적 조력에 불과하다면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한 윤 전 대통령의 녹음 육성은 어떻게 설명하느냐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뉴시스는 2024년 9월 경찰이 명씨를 소환하며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검찰 기소, 특검 출범, 1심 선고, 지난 8월 명씨의 석방을 거쳐 이번 항소심 선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일지로 정리했다.
두 매체의 보도를 나란히 놓으면 이번 판결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더 분명해진다. 뉴시스는 2년 넘게 이어진 '명태균 게이트'와 윤 전 대통령의 여러 재판 흐름 속에서 이번 선고의 위치를 짚었다. 한겨레는 판결 논리를 1심과 하나하나 비교하며 법리가 어디서 갈렸는지에 무게를 뒀다. 같은 사실을 두고 한쪽은 시간의 흐름을, 다른 쪽은 법리를 비춘 셈이다. 둘을 합쳐 보면 이번 무죄가 사실관계가 새로 드러나서가 아니라 '정치적 이익은 정치자금이 아니다'라는 법리 해석이 달라진 데서 나왔다는 점이 드러난다. 김 여사 사건에서 이미 같은 결론이 나온 만큼 남은 판단은 대법원의 몫이 됐다.
관심은 같은 재판부가 맡은 오세훈 서울시장 사건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오 시장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후원자 김한정씨가 대신 내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인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는 여론조사를 두고 오간 돈이 없었지만, 오 시장 사건은 제3자가 비용을 실제로 지급했다는 점에서 공소사실이 다르다. 이번 법리 판단이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오 시장 사건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메타브리프 편집팀 메타브리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