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 협상 자리서도 '국정원 불신' 전달…백악관 "정보·방첩 분야 동맹 기준 지켜야"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정보원과 한국 정부의 정보 관리에 대한 불신을 통상 채널과 백악관 공식 답변 양쪽에서 드러냈다. 동아일보는 9일 단독 기사 두 건을 냈다. 하나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대미 전략투자 협상 중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국정원에 대한 행정부 내부의 우려를 전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백악관 당국자가 8일(현지 시간) "한국이 정보·방첩 분야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동맹의 기준을 지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동아일보가 인용한 정부 고위 소식통들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2000억 달러(약 267조 원) 규모 협상 과정에서 '한국 국정원은 도대체 왜 그러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 주재 내각회의에 참석하는 러트닉 장관이 행정부 기류를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소식통은 협상 지렛대로 쓰려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내용은 청와대에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국정원의 대중국 활동을 문제로 보고 있다. 한 미국 소식통은 이종석 원장 체제의 국정원이 '친중' 행보를 보인다는 부정적 인식이 트럼프 외교안보 라인 전반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발언은 동아일보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당국자는 '동맹의 기준(standards)'을 '준수(uphold)'해야 한다는 표현을 쓰면서 정보와 방첩을 따로 지목했다. 다만 한국이 실제로 기준을 어겼는지, 별도 개선 조치를 요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백악관 소속이 아닌 다른 행정부 당국자도 같은 날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려면 "확고한 상호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갈등은 올해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정 장관은 공식 확인된 적 없는 평안북도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언급했고, 미국은 정보 출처와 감시 자산이 노출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후 6개월 넘게 대북 기밀 일부의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내용이 공개 정보라고 해명했지만, 미국은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영승 합참의장도 8일 국정감사에서 북핵 관련 정보 공유가 "일부는 제한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6월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는 미국 요청으로 국정원이 참석하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2019년 지소미아 종료 결정 때 미국이 특정 정책에 이견을 낸 것과 달리, 이번에는 협력의 전제인 신뢰 자체를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전했다.
국정원은 8일 입장문에서 "수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며 현재 사이버·북한 등 안보 전 영역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의 참석 여부와 수준은 의제와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의 방미를 검토 중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8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미국의 부정적 인식을 거론하며 이종석 원장과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두 기사는 같은 매체가 냈지만 초점이 다르다. 첫 기사는 국정원이라는 특정 기관과, 그 불만이 통상 협상까지 흘러든 '경로'에 주목한다. 둘째 기사는 기밀 보안이라는 '원칙'과 백악관의 공식 언어를 중심에 둔다. 두 기사를 나란히 놓으면 미국의 불만이 두 갈래라는 점이 보인다. 하나는 정보기관의 대중국 행보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 차원의 기밀 관리다. 이 문제는 알래스카 LNG 투자, 핵추진 잠수함 협상처럼 진전이 더딘 현안과 같은 시기에 겹쳐 있다. 다만 미국이 이 문제를 다른 협상과 실제로 연계하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메타브리프 편집팀 메타브리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