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개인 센싱 시스템' 연구 논문 공개… "시스템 설계가 상상의 범위를 정한다"
애플이 지난 5일 자사 머신러닝 연구 사이트(Apple Machine Learning Research)에 「Negotiating Ontological Boundaries in User-Authored Personal Sensing Systems」라는 논문을 공개했다.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개인 센싱 시스템에서의 존재론적 경계 협상'이다. 사이트에 공개된 초록을 보면, 이 논문은 기술 시스템의 설계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상상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정하고 때로는 좁힌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사용자가 개인 맞춤형 머신러닝 모델을 직접 학습시키는 경험이 그 경계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살폈다.
초록은 먼저 "설계된 인공물은 존재론적"이라고 규정한다. 기기와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지를 미리 정해버린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가능성이 닫히는 현상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고 만들지에 대한 권한을 사람들에게 넘기는 방식을 꼽았다.
문제는 기존 연구가 이런 '사용자 저작(authorship)' 시스템을 평가해 온 방식이다. 초록에 따르면 사용자가 시스템을 직접 만들도록 돕는 연구는 수십 년 동안 쌓여 왔다. 하지만 평가는 대체로 쓰기 쉬운지, 쓸모가 있는지,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머물렀다. 사용자가 시스템이 처음에 정해 둔 개념의 틀, 즉 '존재론적 경계'를 어떻게 마주하고 다시 정하는지는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진단이다.
연구진은 이 공백을 메우려고 열린 형태의 탐색 도구(프로브) 두 개를 설계했다. 두 도구에는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 기법이 쓰였다. 오즈의 마법사 기법은 실제로 완성된 시스템 없이 연구자가 뒤에서 시스템 반응을 흉내 내, 참가자가 마치 진짜 기술을 쓰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연구 방법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참가자가 개인화된 머신러닝 모델을 학습시키는 경험을 이 방식으로 구현했다. 다만 공개된 초록 요약이 이 대목에서 끊겨 있어, 참가자 규모와 구체적인 실험 절차, 연구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논문이 동료평가를 거쳤는지도 초록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논문은 성능 지표나 새 모델 구조를 내세우는 일반적인 AI 논문과 성격이 다르다. 센서 데이터로 사용자의 상태나 행동을 알아내는 '개인 센싱'은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의 핵심 기능이다. 그런데 무엇을 감지하고 어떤 범주로 나눌지는 지금까지 대부분 제조사가 정해 왔다. 이 논문은 사용자가 그 범주를 스스로 정의하고 모델을 학습시킬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다룬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보다 사용자가 기술과 맺는 관계 자체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애플은 연구 성과를 외부 논문 공유 플랫폼보다 자사 연구 사이트에 먼저 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사이트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애플의 AI 연구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창구로 꼽힌다. 이번 논문은 애플 연구진이 모델 성능뿐 아니라 개인화 AI를 사용자가 어디까지 직접 설계할 수 있는지에도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연구가 애플의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이어질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