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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반대" 61%…AI 붐, 공장 굴뚝의 상처 위에 부딪히다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뚜렷해지고 있다. 더버지(The Verge)는 뉴욕타임스·시에나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투표 의향층의 61%가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했다고 보도했고,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정유공장 오염에 시달려온 필라델피아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유예(모라토리엄)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고 전했다. 숫자로 드러난 전국적 거부감과 현장의 저항이 같은 주에 나란히 확인된 셈이다.


더버지가 소개한 조사는 9월 초 투표 의향층 15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반대가 61%인 반면 '강하게 지지한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한 층은 찬성 49%, 반대 45%로 팽팽했지만, 카멀라 해리스 투표층은 74%, 투표하지 않은 층은 67%가 반대로 기울었다. 반대한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56%는 전면 금지가 아닌 '제한'을 원했고, 38%는 완전 금지를 택했다. 반대 이유로는 환경·물 사용이 32%로 가장 많았고 지역사회 영향 21%, AI 자체에 대한 불신 18%, 규제 우려 10%, 경제 9% 순이었다. 다만 중간선거 투표를 결정할 핵심 쟁점으로 AI·데이터센터를 꼽은 비율은 대부분 집단에서 1% 미만이었고, 18~29세에서만 3%로 올라갔다. 이 사안을 더 잘 다룰 정당으로는 공화당 42%, 민주당 40%, 모름·응답거부 18%로 갈렸다. 더버지는 지난 3월 NBC뉴스 조사에서 AI가 이민세관단속국(ICE)보다 낮은 호감도를 기록했고, 5월 갤럽 조사에서도 미국인 10명 중 7명이 거주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결과가 새로운 흐름이 아니라고 짚었다.


테크크런치가 조명한 필라델피아는 이 거부감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보여준다. 사우스웨스트 필라델피아 그레이스페리 지역은 한때 미 동부 최대 규모였던 정유시설과 맞붙어 있던 동네다. 하루 최대 33만5000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던 이 필라델피아 에너지 솔루션스 공장은 2019년 폭발 사고 뒤 문을 닫았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활동가 쇼마 피츠는 2018년 환경정의 단체 '필리 스라이브'가 배포한 자료에서 정유공장 인근 거주자에게 나타나는 질환 목록을 보고, 어머니와 누이, 이웃이 앓던 병이 모두 거기 적혀 있었다고 테크크런치에 말했다. 그는 현재 이 단체의 공동대표로 데이터센터 유예를 요구하는 운동을 이끌고 있다. 필라델피아시는 아직 공식 건설 제안을 받지는 않았지만 노스이스트 필라델피아와 그레이스페리 두 곳을 후보지로 지목한 상태다. 지난 월요일 시청 앞에서 열린 '노 데이터센터 인 필리' 출범 집회에는 100명이 넘게 모였다. 단체 이사장 소냐 샌더스는 2020년 희귀 골암으로 남편을 잃었으며 배출가스가 원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클린에어카운슬 소속 변호사 애니 폭스는 펜실베이니아에 계획된 데이터센터가 비상용이라는 명목의 디젤 엔진을 수백 기씩 갖추지만, 폭염기에는 과부하된 전력망 대신 이 엔진을 돌리라는 정부 방침이 이미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배경에는 급팽창하는 전력·연료 수요가 있다. 블룸버그NEF는 2035년 미국 데이터센터의 천연가스 소비량이 독일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9개월 전 전망치의 거의 두 배다. 천연가스는 석유보다 깨끗이 타지만 1세제곱피트를 태울 때 이산화탄소 60g에 해당하는 온실가스가 나오며, 추가 수요로 하루 100만t의 온실가스가 더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 미국 전체 배출량의 약 12% 수준이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2021년 화석연료 대기오염이 전 세계 사망의 5분의 1과 관련 있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행정의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주 캐시 호컬 주지사는 대형 프로젝트 신규 인허가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덴버·인디애나폴리스·애슈빌·샬럿·리노 등에서도 영향 조사를 위한 유예 조치가 승인됐다.


두 매체의 초점은 서로 다르다. 더버지는 여론조사 수치를 통해 반대가 특정 정파의 것이 아니라는 점, 그러면서도 투표를 좌우할 만큼 우선순위가 높지는 않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반면 테크크런치는 통계가 아니라 이미 산업 오염을 겪은 동네의 기억에서 반대가 나온다는 점을 따라갔다. 두 기사를 나란히 놓으면, 전국 단위에서는 미지근한 불만으로 보이는 61%가 특정 지역에서는 즉각적인 조직화로 전환된다는 구도가 드러난다. 여론조사에서 반대자 다수가 전면 금지보다 '제한'을 택한 것과, 필라델피아 주민들이 곧바로 유예를 요구한 것 사이의 간극도 같은 맥락이다. 필라델피아에 실제로 데이터센터 건설안이 제출될지, 시의회가 유예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