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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러 제재법 시행 유예…러 "역사적 순간" 환영, 젤렌스키 "푸틴만 돕는 잘못된 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한 달 전 서명한 대(對)러시아 제재법의 핵심 조치 시행을 미뤘다. 러시아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반겼고, 우크라이나는 "푸틴에게 힘을 실어줄 뿐"이라고 반발했다. 뉴시스는 17일과 18일 두 차례 이 소식을 전했다. 17일 기사는 러시아 타스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양측의 엇갈린 반응을 정리했다. 18일 기사는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를 인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비판을 자세히 다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린지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그레이엄법)에 따른 제재 시행을 유예했다. 지난달 18일 서명한 이 법에는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많이 사들이는 나라에 최대 100%의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18일 기사는 그 대상을 최대 구매국 5곳으로 적었다. 러시아 지도자와 정부 당국자,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조항도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행정부는 18일까지 제재 대상을 정하거나, 새 제한 조치가 미국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의회에 알려야 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제재를 원하는 러시아 기업·선박·개인 명단을 미 행정부와 의회에 넘긴 상태였다.


배경으로는 미국의 에너지 가격 사정이 꼽힌다. FT는 이번 조치를 다음 달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려는 행보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산 경유 30만t을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러시아산 경유 수출 제재도 일부 풀었다. 18일 기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멈추라는 압박을 높였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러시아 측 대외 경제협상을 맡은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 최고경영자는 텔레그램에서 이번 유예를 "진정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재와 대립을 대화와 호혜적 협력이 대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엑스(X)에는 양국 간 경제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엑스에서 러시아가 전날 우크라이나의 핵심 발전·송전 시설 15곳 넘게 공격했다고 밝혔다. 겨울을 앞두고 대규모 정전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제재 블랙아웃'과 푸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공격을 부추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17일에는 기자들에게 "이것이 푸틴을 멈출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 의회가 여야 지지로 법을 통과시킨 것을 "큰 승리"로 평가하면서, 그 시행을 막은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했다. 경유 거래가 제재 완화의 "첫 단계일 뿐"이라며 추가 완화 가능성도 경계했다. 우크라이나의 대응을 제한해서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미국 안에서는 민주당 돈 바이어 하원의원이 의회가 "결함 있는 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18일 기사는 전했다.


두 보도는 강조점이 다르다. 17일 기사는 미·러 경제협력에 대한 러시아의 기대와 미국 중간선거라는 국내 정치 변수를 앞세웠고, 우크라이나의 반발은 전력망 피해라는 현장 상황과 묶어 전했다. 18일 기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중심에 두고 경유 거래에서 제재 완화로 이어지는 흐름, 정유시설 공격 자제 압박, 미 의회 안의 이견을 짚었다. 둘을 나란히 놓으면 이번 유예가 9일 경유 합의와 정유시설 공격 자제 요구에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라는 점이 보인다. 미국은 자국 에너지 가격을 낮추려 러시아 에너지에 길을 터주고, 같은 시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는 구도다. 여야가 함께 통과시킨 법을 대통령이 한 달 만에 멈춘 셈이어서 의회와의 관계도 변수로 남았다. 다만 미국이 실제로 추가 완화에 나설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